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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노 마사유키 <가위남>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5. 1. 10. 19:10

모범생이며 예쁜 여학생을 살해하고 목에 가위를 꽂는 것으로 알려진 연쇄살인마 '가위남'은 어느 날 세 번째 타깃이 될 학생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심스럽게 뒤를 쫓으며 살해할 타이밍만 노리던 차에 가위남은 여학생이 자신의 수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방범을 찾아내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예요. 내용은 살인마와 경찰의 시점을 오가면서 각자 자신의 목적을 위해 범인을 찾는 과정이 서술되는 식입니다.

 

일단 이 '가위남'의 설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평소에는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되도록 남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맛있는 메뉴를 먹으면 행복해하고, 살인할 타깃을 철저하게 알아내기 위해 스토킹 행위도 불사하지만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아마도 정신질환자. 물론 허구라도 희생자들은 그냥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교 잘 다닐 뿐인데 살해당하다니 완전 날벼락인데 살인마의 캐릭터 자체는 재미있었어요. 사고방식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일관적이라 이런 말하면 좀 이상한데 개운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가위남이 모방범을 찾기 위해 살해된 학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그 학생의 숨겨진 사생활이 드러나고 그와 함께 연쇄살인마에게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약간 남의 은밀한 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적인 시선이 그려진다는 거예요. 끔찍한 일이지만 독특한 방법으로 살해되는 것에 대한 언론의 흥분한 분위기나 피해자를 은근히 싫어하던 학생들이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고 비극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 등이 굉장히 기분 나쁘게 그려져요. 아마 이 느낌의 절정은 가위남이 모방범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겨우 그런 걸로 사람을 죽여?"라고 하는데 아니ㅋㅋㅋ 누구 입에서 그런 말이ㅋㅋㅋ 싶은데 모방범의 이유도 확실히 그걸로 사람을 죽이다니 진짜 너무 쓰레기다;; 하게 된달까.

 

그리고 구성도 되게 잘 짜여 있어서 마지막에 경찰이 범인을 추측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익숙한 장면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앞에서 작가가 어떤 식으로 복선을 깔아뒀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알고 보니 앞에서 다 알려주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어요. 저는 가위남은 누구인지 알아차려서 그 부분엔 안 놀랐는데 모방범은 대충 의심만 하고 확신은 못 하다가 뒤늦게 알고 아.. 이래서...! 하고 감탄했네요. 결말까지 다 좋았는데 뭔가 "으아아 너무 좋다ㅠㅠㅠㅠ" 이런 식으로 심장을 자극하는() 느낌은 없는 게 참 묘한 작품이었어요.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구성도 그렇고, 가위남의 모습까지 좀 여운이 남아서 그런가봐요.

 

殊能将之 <ハサミ> 講談社 / <가위남> 정경진 옮김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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