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가 특이한 작품이에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과거에 살던 집에서 모인 세 형제 중 두 명이 과격할 정도로 크게 싸우면서 시작됩니다. 남은 한 명은 도저히 그 사이에 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싸움이 격렬해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와요. 그런데 다음 2장에선 바로 과거로 넘어가서 세 형제가 바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모습이 나옵니다. 부모님은 평소에는 잘해주지만 곧 아이들에게 관심을 잃고 자신을 귀찮게 굴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가족은 잘 지내고 있고, 형제들도 다투기는 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보냅니다.
특이한 점은 장이 넘어갈수록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로 가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로 온다는 점이에요. 3장에서는 형제가 몸싸움을 벌이기 전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말싸움이 심해지고 있고, 남은 형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4장에서는 다시 부모님과 지내는 그 다음 날이 펼쳐져요. 이렇게 시간이 흘러 후반부로 가면서 두 시간이 점차 만나게 되고 앞에서 느껴지던 위화감의 정체가 드러나는 식이에요. 일단 구조가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이야기는 둘째인 베냐민의 시선에서 서술되는데 다섯 가족 중에 한 사람만의 시점에서 서술된다는 점에서 기억에 왜곡된 면이 있을 거라는 건 짐작이 될 거예요. 베냐민은 자신만 기억하는 추억에 당황하기도 하고, 또 자신과 다른 사람이 다르게 기억하는 일에 놀라기도 해요. 그리고 시간 역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다보니 독자도 자연스럽게 과거엔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렇지? 하고 추측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베냐민의 서술에서 빠진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돼요. 이게 앞에서 말한 위화감의 정체이고 변덕스러운 행동을 설명해주며 결말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앞에서 서술되는 가족의 모습은 좀 부모가 폭력적이고 무심할 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하거든요. 형제의 모습도 남자애들끼리라 더 그런가? 하고 좀 놀라기는 했는데; 어쨌든 서로에게 애정이 있다는 점에서는 뭐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런데 결말까지 읽고 나면 앞에 서술된 부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돼요. 이 작품 역시 인생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구성이 좋은 책을 읽고 싶으시면 추천할게요.
알렉스 슐만 <세 형제의 숲> 송섬별 옮김 다산책방
소장기관
밀린 책을 읽기 위한 1인 독서모임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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