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다한 전구를 교환하는 불사신의 체험 삶의 현장
전구를 교환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남자의 일상을 그린 소설입니다. 세상에는 이미 LED 전등이 나왔지만, 그가 달아주는 전구 특유의 따뜻한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어서 그걸로 어떻게든 먹고사는 주인공은 어느 날 의사에게 불사신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생각해도 불사신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그 긴 시간을 전구만 갈면서 살 수 있을까요? 주인공은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을 품고 오늘 밤도 전구를 갈러 갑니다.
전에 <달과 커피>에 이어 이 작가의 작품 중에서 두 번째로 읽은 책이에요. 보니까 작가가 부유하지 않은 작은 마을이 점점 쇠퇴하면서 본래 있던 가게들이 하나둘 닫고 그와중에 근근이 이어가는 영세한 직업 종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샌드위치와 커피를 좋아하고 옛날식 영화관도 좋아하는 듯해요. 반대로 말하면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 분위기 만큼은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뜻이겠죠?
환상 소설에 가까울 만큼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소설이에요. 밤이면 같은 술집에 모이는 친구들과 나누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대화도 그렇고, 주인공이 전구를 갈러 가서 겪은 일도 현실과 꿈이 뒤섞인 느낌일 때가 있거든요. 특히 초반에는 전구교환사라는 직업도 있나? 하는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불사신 어쩌고 하면서 약간 어반 판타지 같은 느낌을 주는데 뒤로 갈수록 서서히 현실로 다가가는 구조라 뭐랄까 인생이란 결국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사실 전구를 가는 건 손만 닿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저도 저희집 전구쯤은 그냥 제가 갈거든요. 그런데 작가가 그걸 직업으로 삼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 사람의 생활을 보여주니까 그에게도 성장해서 직업을 갖기까지 역사가 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그러면서 단점도 있고 실수도 하는 한 인간이라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또 누군가가 사회구성원으로 나와 함께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은 느낌이랄까.
저는 환상 소설 좋아하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분위기가 기괴했으면() 좋겠어서 작품이 전달하려는 주제는 괜찮았는데 전체적으로는 소소잼이었고요, 몽환적인 분위기 원하시는 분에게는 추천할게요. 근데 주인공 남자의 시선으로 주변 여성 캐릭터의 외모를 계속 품평하는 묘사가 나와서 그런 거 싫으신 분에겐 비추예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 옛날 캬바레나 스트립쇼 공연장 이런 장소에 향수를 느끼는 것 같은 묘사도 자꾸 나와서 바로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가 검색했잖아요.
吉田篤弘 <電球交換士の憂鬱> 徳間書店
소장기관
밀린 책을 읽기 위한 1인 독서모임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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