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믈리에 대량 양성 단편집
표제작 <아내는 잊지 않는다>를 포함하여 일상의 쎄한 순간을 담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서술자는 가족의 뭔가 수상한 행동을 발견하고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일이 발생하면서 진상이 밝혀지는 식이에요. 표제작으로 설명해보면 주인공 여성은 현재 남편과 냉전 중인데 그 이유는 남편의 가방에서 살상도 가능한 무기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남편은 이혼 경력이 있고 얼마 전 시아버지가 죽으며 전처가 장례식까지 찾아온 것을 우연히 목격한 상태예요. 또 슬슬 아이를 갖지 않겠냐는 말에 남편이 벌컥 화를 낸 것까지 생각하면 이 모든 상황이 각기 다른 일이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남편이 사실은 아직 전처와 좋은 감정을 갖고 있고 주인공이 방해되는 상황이라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잖아요? 그 와중에 남편이 전처를 지키느라 폭력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하고.... 하는 얘기예요.
다른 이야기도 엄마가 아픈 사이 언니가 동생에게 유산을 포기하라고 강요한다든가, 유치원에서 별로 친하지 않은 다른 엄마가 갑자기 접근하더니 남편과 친해진다든가, 대학생 아들이 연상의 이혼한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며 학교도 그만두겠다고 하는 등 뭔가 일어나는 일 자체가 다 환장스러우면서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일들이라 이것도 의심스럽고 저것도 의심스러워서 인간 불신에 빠질 지경이었어요.
심지어 진상이 밝히지기까지의 과정이 호러에 가까워서 생각보다 꽤 무섭더라고요. 게다가 단편이라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니까 진짜 무서운데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자꾸 '이거 쎄한데..' 하고 의심하느라 단편 하나 읽으면 진이 다 빠져서 하루에 한 편씩 읽으니 딱 좋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제 악몽은 가습기와 더불어 이 책 때문인 것 같아요. 한 편 읽을 때마다 놀라서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ㅋ
단편의 단점 중에 하나가 내용을 뭐 자세히 말할 수가 없어서 말을 길게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데 내용이 다 "이게 이렇게 끝난다고?????" 하는 것도 있고 그래도 역시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는 없구나 느끼게 되는 것도 있고 해서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는 관계를 잘 살린 것 같아요.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이기에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가족이라 같이 극복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다른 작품들도 줄거리만 언뜻 보면 가족 사이에 생긴 문제를 테마로 다룬 게 많더라고요.
아, 내용의 단점을 언급하자면 단편 중에 하나가 히키코모리 아들을 다룬 내용인데 이건 대놓고 범죄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서 좀 이질적이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인 테마에서 좀 벗어난 느낌이었어요. 그냥 히키코모리 아들의 그 문제만 다뤘어도 될 거 같은데 말이죠. 이 작가의 <어느 마을의>라는 호러 단편집을 읽은 적 있는데 거기서도 범죄자 아들와 그 아들을 챙기는 엄마를 다루는 방식이 좀 이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었거든요. 이게 사실 힘이나 체격면에서 마음만 먹으면 엄마를 폭력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존재란 걸 생각하면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래도 뭔가 좀 쎄한? 여기서도 쎄믈리에 되는 건가요??? 아무튼 제 개인적인 껄끄러움은 차치하고 단편 자체가 이질적인 건 읽어본 분이라면 다 동의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스릴 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矢樹純 <妻は忘れない> 新潮社
소장기관
밀린 책을 읽기 위한 1인 독서모임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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