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광기로 가득한 호러 미스터리
입주민이 금방 나가버리는 불길한 집을 배경으로 한 호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각기 다른 세 명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연작 소설이에요. 1화에 엄마와 두 딸로 구성된 가족이 어떤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는데 소설이 시작된 지 10페이지 만에 딸이 신사에 버려진 인형을 예쁘다고 줍는 호러 장르에 흔한 플래그를 세워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리 예뻐도 길에서 인형 같은 건 줍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놔야 하는 거 아님???? 그리고 예상대로 집에서 가족과 전혀 다른 색의 머리카락이 발견되고 텔레비전이 혼자 껐다 켜지고 정원에 얼굴 같은 모양이 나타나고 밤에 누가 걸어다니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급기야 도로 버린 인형이 집에 있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특징은 1화에서 누가 봐도 호러의 공식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2화, 3화로 갈수록 호러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예요. 호러 미스터리란 장르답게 호러로 시작해서 점점 미스터리로 가는 느낌인데 그래도 호러인 점은 충분히 잊지 않는 느낌이랄까. 2화와 3화는 내용을 언급하자니 1화의 결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대신 서술자만 언급하자면 1화에선 딸의 시점이고, 2화는 그 집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3화는 건너편에 사는 이웃이에요. 각자 연관이 아예 없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이상 친해질 일도 없는 수준이라 집이 꺼림칙하다는 사실은 공유하면서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기에 서로 절묘하게 정보가 차단되는 점이 독자 입장에선 재미있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이 집이기 때문인가 무서운 일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데도 조용한 분위기인 게 눈에 띄는 소설입니다. 근데 상황 때문이 신경이 곤두선 것도 사실이라 겉으로 보이는 말이나 행동과는 달리 내면 묘사는 굉장히 격정적으로 신경질적인 면이 있어서 잔잔하게 미쳐 있는 글이 특징이에요. 너무 잔인하거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호러보다 심리 묘사를 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호러 장르는 무슨 일이든 오컬트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식으로 뭔가 사람 심리가 점점 한쪽으로 매몰되기 마련이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게 잘 쓰여 있고, 결말까지 읽고 제목을 다시 보면 여러 가지 생각할 점도 있어서 저도 요번에 처음 읽은 작가인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려고요.
織守きょうや <彼女はそこにいる> KADOKAWA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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