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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무라 히로시 <소름이>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5. 8. 10. 19:41

N인간이 쓴 일상 속 호러 모음집

 

단가를 주로 쓰면서 다양한 작가 활동을 펼치는 사람이 쓴 에세이예요. 주로 살다가 문득 느끼는 무서운 순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고, 단가 시인답게 단가도 몇 가지 소개하면서 이게 왜 무서운지 설명도 해주는데 확실히 작가 에세이라 그런지 문장도 깔끔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진짜로 뭔가 무서운 일이 생긴 건 아닌데 이건 좀..? 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대체로 공감할 만한 것들이라 보편적인 감성을 캐치하는 데 뛰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철 같은 곳에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는데 언제 말을 꺼내야 할지 그 애매하게 긴장된 순간이라든가, 먹을 걸 구입하고 무심코 원산지 표시를 읽는데 줄줄이 쓰인 어려운 단어들을 보며 평소엔 분명히 그냥 먹던 건데 갑자기 이게 진짜 괜찮은 건가? 한다든가, 상대의 말이 농담인 줄 알고 받아쳤는데 알고 보니 진담이라 당황하는 것 등이 나오거든요. 이게 써놓고 보면 다 별게 아닌데 이상하게 갑자기 신경 쓰이는 날이 있잖아요. 그래서 문장 자체는 깔끔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데 자꾸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공포를 찾게 되더라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본인이 심사한 단가 중에 무섭다고 느낀 걸 소개하는 거였는데, 내용이 대충 '어느 것을 집을지 젓가락을 헤매는 너를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나'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작가는 이 단가를 해설하며 글의 느낌으로 봐서 가까운 사이인데 굳이 아무 말 없이 그냥 지켜만 본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관계에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고 했는데 뭐랄까 같이 밥 먹는데 저렇게 젓가락 들고 고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괜히 내가 움직이다 같은 음식 집으면 더 기분 나쁘니까 가만히 있는 그 느낌이 넘 소름끼치더라고요. 그러다 상대 젓가락에 닿기라도 하면 좀 더 최악임.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을 생각하면 뭔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상상의 여지는 있는 것들인 것 같아요.

 

제가 무서운 것 중에 많이들 상상할 텐데 쟁반 같은 거 들고 가다 와장창 떨어뜨리는 게 있거든요. 이게 뇌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를 미리 상상하게 해서 대비하게 만드는 거라면서요? 아니 대비는 좋은데 무섭고 긴장해서 진짜 실수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또 무서운 건 방에 분명히 혼자 있는데 어디선가 바스락 소리가 들릴 때예요. 원목 가구가 있는 집은 습기나 온도에 따라 나무에서 소리가 날 수 있다고 하고, 때로는 기울어져 있던 물건이 쓰러지면서 나는 소리이기도 한데 매번 벌레일까봐 기겁한다니까요. 하지만 확인했는데 진짜 벌레가 있으면 더욱 큰일이라 확인은 하지 못하는 그 딜레마란ㅠ0

 

분량이 많지 않고 내용도 생활 에세이에 더 가까워서 읽기는 좋았어요. 근데 본인이 겁이 많은 편이라고 밝히긴 했는데 상황 자체는 그냥 '~ 그거 쫌 무섭긴 해' 정도인데 가끔 문장이 너무 호들갑이 심해서 이렇게 예민해서 세상 어떻게 살지... 작가라서 다행이다... 작가라서 이런가... 하는 생각을 자꾸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ㅋㅋㅋㅋㅋ 그리고 표지를 그린 사람이 삽화도 그렸던데 물론 제목에 맞춰서 일부러 기분 나쁘게 그렸겠지만 너무 혐오스러워요ㅋㅋㅋ큐ㅠㅠㅠㅠ

 

穂村弘 <鳥肌> PHP研究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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