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기관

무라타 사야카 <지구별 인간>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6. 2. 28. 19:32
정상은 정말 정상일까?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여 취직하여 돈을 벌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일만이 정상인지 묻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나쓰키는 '포하피빈포보피아'라는 별에서 온 마법 소녀예요. 하지만 본인의 별로 돌아갈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지구에 살고 있어요. 따라서 나쓰키는 마찬가지로 외계인인 사촌, 유우와 몰래 결혼하고 서로 반드시 살아남기로 약속하게 됩니다.
 나쓰키의 이런 행동을 보면 별난 아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런데 사실 나쓰키는 항상 언니와 비교당하며 부모에게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학원 선생에게는 성추행을 당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나쓰키를 도우려고 하지 않고 무시합니다. 자신을 마법 소녀라고 믿는 건 부당한 현실로부터 본인을 지키기 위한 수단인 거죠. 유우가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한 것 또한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가정 내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할 거예요.
 시간이 흘러 나쓰키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다만 둘의 결혼 생활은 외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에요. 그것이 두 사람의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친구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돼요. 그러자 하나같이 부부가 '사랑'을 하지 않는 건 이상하다며 정상으로 돌아가라는 강요를 받게 되고, 두 사람은 유우와 함께 지구의 생활을 버리기로 해요. 그렇게 함께 살게 된 세 사람의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고 파격적으로 묘사되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나쓰키가 자신의 몸을 번식을 위한 공장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인구 유지를 위해 출산을 강요하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쓰키의 남편도 공장이 되기를 거부하고 진짜 외계인이 되기 위해 금기를 깨겠다며 형에게 근친상간을 시도하는데 이것 역시 그 대상이 엄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번식을 부정하고 있고요. 이러한 두 사람은 섹스리스인 것이 '정상'이지만 지구인이 보기에는 '비정상'이므로 누구나 이들을 비판해도 되는 거예요. 나쓰키는 섹스를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의문을 품게 돼요. 사랑은 번식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결혼한 사람이 여러 이성과 만나 번식 행위를 하는 것은 왜 비난받는지 모를 일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 사회가 사랑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번식 시스템을 원한다는 걸 보여줘요.
 나쓰키와 남편, 유우 세 사람이 함께 생활한 뒤의 모습은 진짜 끔찍하긴 하거든요. 아니 아무리 외계인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해도 일단 몸은 지구인인데 설마 그런 짓을 하겠어..? 하는 걸 당연하게 실행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는 해요. 결말까지 읽고 나니까 그 장면을 상상하면 역겨운데 어쨌든 세 사람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라 묘하게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는 사회부적응자 같은 그 모습이 되기까지가 정말 합리적이거든요. 그걸 통해서 우리 인간 사회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무엇이 정상인지를 묻는 소재 자체는 많이 다루는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나쓰키의 삶을 통해서 특히 여성이 얼마나 많은 불합리한 강요를 받는지(여자는 예뻐야 한다든가, 성추행 정도로 뭘 난리냐든가)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여기저기 추천하고 싶은데 내용에 묘사된 부분을 생각하면 약간 이걸 추천해도 될지 주저되기는 하거든요. 아니 그.. 보통 사람은 금기를 깨겠다며 냅다 근친상간을 시도하진 않잖아요? 그래도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어요...>_<
 무라타 사야카 <지구별 인간> 최고은 옮김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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