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에서 진화한 메타 픽션
블로그에 올라온 의미심장한 글과 그림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각기 다른 사건이 그림과 함께 전개되고 마지막에 그 사건들이 하나로 수렴하는 구조예요. <이상한 집> 시작부터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한 구리하라가 여기서도 등장하여 사건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구리하라가 대학생으로 나오므로 '집'보다 과거의 일임을 알 수가 있어요. 이렇게 추리 실력을 키웠기에 '집'에서 시작부터 그런 슈퍼 추리가 가능했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요?
아무튼 문제의 블로그는 초반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남성의 글로 시작하여, 임신한 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첨부된 그림을 재조립하면 어떤 나이든 여성이 산모의 배를 갈라 아이를 강제로 꺼내는 끔찍한 그림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는 결론을 먼저 제시한 다음, 이야기는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내용으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결론부터 보여주는 구조는 우케쓰 소설의 특징 같아요.
이번 작품은 '그림'을 소재로 하는 만큼 시각적으로 즉시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도 속도감이 있는 글이 더 빠르게 느껴져요. 심지어 서로 다른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이라 각 사건의 길이도 짧은 만큼 정말 후루룩 읽게 되더라고요. 괴담 같은 거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집'보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소재만 따지면 집안의 인습을 다룬 '집'에 이어 여전히 가정 내 여성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후속작인 '지도'에서도 여성에 대한 통제가 나오더라고요.
다만 단점은 분명 읽을 때는 재미있게 후루룩 읽긴 했는데 이런 부류의 소설이 또 휘발성도 강하잖아요. 그래서 소설 내에 묘사된 사건의 본질이나 결말 부분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닌데 확실히 깊이는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애초에 자극적인 재미에 더 치중한 소설이기도 하고요. 대신 속도감이 있는 만큼 긴장된 분위기는 끝까지 이어지는 편이라 스트레스 없이 괴담 같은 소설을 찾는 분에게 추천할게요.
우케쓰 <이상한 그림> 김은모 옮김 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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