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서사 속에서 빛나는 인간의 마음
홍콩을 배경으로 치밀한 복선과 반전이 매력적인 추리 소설입니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지역은 구글 지도로 확인도 가능하다고 해요. 소설 속에 언급되는 사건이며 소재 다 일본의 것이 많은데 아파트 묘사와 같은 배경은 물론이고 인물의 성격과 전개는 중국 느낌이라 굉장히 오묘하고 매력적이었어요. 또 사건이 굉장히 끔찍하고 잔인한데도 마냥 자극적인 책은 아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서로 다른 것들이 잘 조합된 느낌이랄까.
내용은 20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지낸 40대 남자가 자살하며 시작됩니다. 그저 은둔형 외톨이가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듯했던 이 사건은 그의 옷장에서 토막난 채 수많은 병에 담긴 시체가 발견되며 살인 사건으로 전환돼요. 당연히 자살한 남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그의 오랜 친구이자 유명한 추리소설가 칸즈위안이 친구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에 협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바로 칸즈위안의 책에 등장한 사건과 동일한 것이 밝혀지며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되는데... 하는 이야기예요.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칸즈위안이라는 인물은 죽은 친구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나서는 의리 있는 사람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건의 진범인 것 같은 수상한 점까지 골고루 갖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너무 선해 보여도 안 되고, 너무 의심스러워도 안 되는데 그 완급 조절이 진짜 최고였어요. 마지막 결말까지 여운이 남아서 넘 좋더라고요. 다만 토막 시체부터 성폭력 등 사건의 묘사 자체는 잔인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꺼리는 분은 피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본문에서 등장 인물이 일본 추리소설에 심취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예전 작가의 책 몇 권이 언급되거든요. 그와는 별개로 저는 이 책의 제목도 그렇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 연상되더라고요. 이거 제가 망한 사랑 명예의 전당에 올려둔 책이거든요. 물론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약간 그 감정의 결은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관심 있으신 분은 읽고 비교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찬호께이 <고독한 용의자> 허유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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