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추구도 작작하라는 경고일까
익명의 다섯 명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트릭을 알아내는 과정을 경쾌하게 묘사하는 소설입니다. 다섯 명이 각자 어떤 문제를 내는지 순서대로 서술되고, 미스터리 소설답게 그 후에 어떤 반전이 일어나는 구조예요. '악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들에게 살인은 그냥 퀴즈를 위한 수단일 뿐, 아무런 죄책감이 없거든요. 다만 저는 결론부터 말하면 별로 취향은 아니었어요.
이유는 일단 저 다섯 명이 살인 퀴즈를 내는 분량이 너무 지루하고 길어요. 사실 이 부분이 길고 지루한 건 이유가 있거든요. 본문에도 언급되지만 이 게임은 이미 범인은 고정되어 있고, 살인 동기도 퀴즈를 내기 위해서니까 결국 퀴즈 내용은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느냐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밀실 살인'이나 '범인의 알리바이 깨기'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물론 각 살인마다 특기할 사항이 없는 건 아닌데 큰 카테고리에서는 저 두 가지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 읽으면서 아, 밀실이네, 또 밀실이야... 이 생각이 들게 돼요. 또 등장하는 다섯 명은 '탐정 놀이'를 하고 싶은 일반인들이라 물론 다른 사람보다 머리는 좀 더 좋겠지만, 문제의 수준이 막 엄청나고 이런 느낌도 별로 없어요.
다른 이유로는 익명의 인물들이 모여서 살인 게임을 저지른다는 게 약간 속된 말로 짜치는 느낌이에요; 아니 탐정 놀이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간들이면 적어도 자기들끼리는 신원을 공개하고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크큭.. 나의 엄청난 트릭으로 살인을 저질렀으니 어디 알아내봐! 하는 와중에 혹시나 누가 배신해서 신고할까봐 얼굴 숨기고 목소리 변조해서 모이는 게 너무... 너무 멋이 없어요. 가면 쓰고 센 척하는 대사 해봐야 그냥 사회부적응자 느낌만 나요. 물론 이것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극도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풍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가오 떨어지는 건 사실임;
아무튼 이렇게 읽는 게 지겨워질 즈음에 반전이 빵! 하고 터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가 등장하게 돼요. 문제의 배치나 반전이 등장하는 시점, 주제 등 정말 잘 짜인 소설이라는 건 알겠는데 인물 설정이나 트릭이며 사건 전개가 확실히 예전 소설이라는 느낌이 나더라고요(2010년 출간). 이 책을 출간 직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歌野晶午 <密室殺人ゲーム王手飛車取り>講談社 /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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