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기관

곤도 후미에 <귤과 직박구리>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5. 4. 20. 20:59

지비에 전문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주인공이 사냥꾼과 만나 인연을 맺으며 남의 생명을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성장하는 내용입니다. 지비에는 사냥으로 잡은 야생동물이래요. 사실 이미 가축에서 얻는 고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싶지만, 여기에도 나름 이유가 있기는 있어요. 뭐 그 이유 역시 인간 위주의 생각이긴 한데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멧돼지나 사슴 등이 민가로 내려와서 사살당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또는 먹이가 부족해 아사하게 되므로 그전에 수렵 기간을 두고 정식 사냥꾼에게 사냥을 허락하는 거예요. 그렇게 잡은 대부분은 그냥 소각되지만, 어차피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면 정성껏 요리해서 감사하게 먹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논리인 거죠. 뭐 이미 죽은 동물 입장에서는 어차피 죽었는데 알게 뭐냐 싶겠지만 죽음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이렇게 표현할 능력이 있는 인간의 역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이 처음에는 자신의 요리 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식자재에 집착하지만 직접 사냥도 나가보고 또 사냥꾼의 모습을 보며 현실과 타협하는 방식을 찾게 되고, 자신이 키우는 사냥견과 죽은 동물과의 차이를 생각하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또 사냥을 반대하는 사람과 충돌하기도 하면서 생명을 죽이는 것이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면 가축으로 기르다 도축되는 동물을 먹는 것이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잡은 짐승을 먹는 것보다 윤리적으로 나은 일인가 등등 그냥 맛집 얘기가 나오는 소설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오하더라고요. .. 난 그저 프렌치 레스토랑의 음식 묘사를 기대하고 산 책인데..!

 

아니 메뉴는 은근 다양하게 나오기는 해요. 일단 소제목이 다 메뉴 이름이거든요. 근데 구조가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에 이런 메뉴가 나왔나 하는 식이라 음식 자체는 뭐가 맛있는지 생각하기 전에 에피소드가 끝나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저도 처음 읽을 땐 굳이 사냥까지 해서 잡아야 하나? 이 생각을 안 하진 않았던 터라 좀 심드렁하게 읽기 시작해서 감흥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심지어 주인공을 고용한 사장이 레스토랑 운영하고 싶어서 물장사로 돈을 모았다는 설정이거든요(+레스토랑 직원도) 진짜 일본 소설에서 목돈 빠르게 벌고 싶은 여성의 과거는 물장사 하나뿐인 이거 너무... 너무...... (심한 말)

 

아무튼 갈등과 해결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한 느낌인데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사냥꾼, 그리고 과거에는 주인공보다 실력이 떨어졌지만 성공한 레스토랑 경영자가 된 친구 등 각자 인생에는 무언가 굴곡이 있었을 테고 그렇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라는 묘사가 언뜻언뜻 나와서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 길을 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았어요. 강아지들도 귀엽고. 근데 정작 음식 묘사가 애매해서 음... 그냥 소소잼 정도로 마무리할게요.

 

近藤史恵 <みかんとひよどり> KADOK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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