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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아키코 <미네르바의 보복>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5. 10. 10. 19:36

정의의 여신이 칼을 드는 순간

 

변호사인 요코테가 어느 날 대학 선배인 쓰지도에게 이혼 관련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쓰지도는 생활 능력이 없어서 여자에게 의존해서 사는 인간인데 이번 의뢰는 내연녀와 결혼하고 싶은데 본처가 이혼에 합의하지 않아서 하게 된 거예요. 요코테는 그런 선배가 한심하면서도 결국 의뢰를 수락하게 됩니다. 근데 이 소송 자체는 무난하게 합의해서 끝나거든요. 문제는 시간이 지나 본처가 내연녀의 괴롭힘을 이유로 거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벌이더니, 내연녀는 그대로 실종되고 본처는 놀랍게도 변호사 회관에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거예요.

 

이 소설의 장점은 변호사 출신 작가가 쓰는 소설답게 변호사 회관에 대한 묘사부터 변호사의 업무 루틴이나 사무실 풍경 같은 것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 변호사에도 전문 분야가 다르고 성격도 다른 만큼 요코테 외에도 친구인 무쓰기나 기타 다른 변호사들의 모습도 각자 현실감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보통 변호사는 사건이 이미 일어난 후에 변호를 맡게 되잖아요. 이때 요코테가 쓰지도의 변호를 맡는 것처럼 우리가 외부에서 보면 '저런 사람까지 변호해야 하나?' 싶은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변호사인 건데 그런 변호사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당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더라고요.

 

제목을 보면 아무튼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럼 미네르바가 누구일지 궁금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건 초반에 친절하게 요코테가 침착하고 냉정한 타입인 무쓰기와 자신을 비교할 때 본인을 표현하는 말로 쓰면서 언급돼요. 그럼 후반에 펼쳐질 내용은 미네르바인 요코테가 보복하는 내용일 텐데 대체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보복을 하는지가 핵심인 거죠. 그리고 변호사가 보복한다는 건 이게 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직업 윤리를 어기고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인지가 중요할 거예요. 다만 미네르바와 달리 요코테는 인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에 이 작가의 <패자의 고백>을 읽으면서도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독자가 궁금할 만한 부분은 좀만 기다리면 다 설명해줘서 애매한 부분이 없더라고요.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라 조금 생각하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시작부터 이혼 문제가 나오는 만큼 치정이 얽힌 걸 생각하면 범행 동기 같은 것이 좀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뭐랄까 온갖 법조인으로 가득한 변호사 회관에서 살인 사건을 벌이는 대담성에 비해서 그 진상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전체적으로 변호사가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이 궁금하거나 그 직업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데 본격 미스터리 같은 걸 기대하면 좀 심심한 느낌일 것 같아요.

 

深木章子 <ミネルヴァの報復> KADOK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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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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