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반영하는 윤리의 붕괴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입니다. 데이트 앱, 랜선 술자리, 유튜브처럼 현재 익숙한 소재들을 이용해서 도시 괴담처럼 약간 오싹한 분위기와 반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익숙한 소재라는 건 다르게 말하면 뻔할 수도 있다는 건데 반전이 뭐랄까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읽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반전으로 인한 놀라움보다는 좀 기분 나쁘고 찝찝한 느낌이 남는달까.
아마 제목을 봐서 가장 주력하는 단편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퍼뜨려주세요'겠죠? 도시의 삶을 버리고 작은 섬으로 이주한 가족의 초등학생 아들의 시선으로 섬 생활과 유튜브를 결합한 내용이거든요. 여기서 더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말할 수 없는 게 너무 아쉽고요..! 아무튼 저도 유튜브로 강아지 영상이나 독서 관련 채널을 많이 보거든요. 그럼 다들 꼭 구독과 좋아요 이런 거 많이 언급하잖아요. 그러다 가끔 유튜버가 대놓고 생각보다 조회수가 적다든가 이런 아쉬운 얘기를 하면 급격하게 시청 의욕이 떨어지는 사람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제가 제일 좋았던 건 '매칭 어플'이라는 단편이에요. 유부남이면서 데이트 앱으로 젊은 여자와 만나는 남자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남자가 너무나 사랑하는 딸이 데이트 앱으로 일명 '파파카츠'라고 하는 원조교제를 하는 것 같은 거예요. 그 상황에도 데이트 앱으로 여자를 만나 집까지 따라간 남자의 결말은..? 하는 내용인데 정말 이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게 좋았다.......ㅋㅋㅋㅋㅋㅋ 데이트 앱으로 여자를 만났으면 사실 목적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근데 남자의 시선이 되게 재미있었고, 마지막 결말까지 이렇게 취향에 맞을 수가..?
전체적으로 시의성 있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내서 편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살인하는 장면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거나 자극적인 설정 등이 언뜻 보면 중2병처럼 보이긴 하는데 이 속도감이나 반전, 묘사 등이 딱 요즘 널리 퍼진 숏폼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무리수 같은데 그걸 계산해서 쓴 느낌? 물론 그런 현실 반영은 반영이고 글이 가볍게 쓰인 것도 사실이라 좀 편안하게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 중2병 설정의 끝을 본 듯한() <난문이 많은 요리점> 이거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것도 시의성 있는 소재라 이번 리뷰 소설도 그렇고 딱 요즘 읽어야 재미있을 책 같긴 해요. 반대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지금 이 중2병 느낌이 더 유치하게 보일 수 있어서 이런 과잉된 느낌이 싫으면 비추할게요.
結城真一郎 <#真相をお話しします> 新潮社 /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권일영 옮김 시옷북스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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