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기관

기도 소타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6. 2. 11. 17:41
살아 있는 전설이 된 '유리코 님'의 정체
 여학교에서 공학으로 전환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연쇄 '유리코'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입니다. 이 학교에는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차례로 사라지고, 결국 단 한 명만 ‘유리코 님’으로 남아 학교 권력의 정점에 선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곳에 친구 미즈키와 함께 입학한 유리코가 다른 유리코들이 살해되는 와중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설정도 재미있고, 유리코와 미즈키의 관계도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리코 님'이 뭔지 설명할게요. 과거에 유리코란 학생이 따돌림을 당했는데 언제부턴가 그 유리코를 괴롭힌 학생이 사고를 당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것이 유리코의 힘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학생들은 유리코를 더욱 멀리하게 됩니다. 결국 유리코는 괴로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그후로 학교에는 유리코 님의 힘이 남아 역시 유리코라는 이름을 지닌 학생을 괴롭히면 벌이 내려진다는 전설이 생겨요. 그 힘을 물려받을 진정한 유리코를 가리기 위해 유리코끼리도 경쟁이 이루어지고요.
 일단 저 전설이 재미있더라고요. 한마디로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는' 장치로 쓰이는 거잖아요. 뭔가 무서운 건 그냥 유리코 님에게 떠넘기면 된다는 그.. 두려움의 대상이자 무시해야 할 대상인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종교처럼 유리코 님을 숭배하는 사람도 이해가 가고, '그럼에도' 유리코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학생들의 심리도 이해가 간달까. 그리고 유리코와 미즈키의 관계 말인데요. 초반에 유리코의 모습을 보면 저보다 귀가 얇나 싶을 만큼 미즈키의 모든 말에 휘둘리거든요. 미즈키는 항상 당당하고 멋지니까요. 그래서 두 사람이 언제 서로 사랑을 고백해도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결말까지 읽으니 방향성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기 잘했더라고요. 두 사람의 관계, 결말, 그리고 제목까지 정말 완벽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살인 사건 부분이었어요. 이건 언급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기가 어렵네요. 다만 이게 남성 작가의 데뷔작이거든요. 데뷔작 특유의 패기는 보이지만, 다른 성별인 여학생 집단을 다루는 데서 한계도 드러난 느낌이랄까요. 그게 유리코 님 전설하고 얽히니까 좀 버거워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더라고요. 유리코와 미즈키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싶다면 추천이고요, 반대로 살인사건의 트릭이나 동기에 기대하는 독자라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전자가 더 좋았기 때문에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貴戸湊太 <そして、ユリコは一人になった> 宝島社 /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부윤아 옮김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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