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말하기를 덕질은 인생의 활력소다
최근 화제가 된 책이죠.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의 소설 버전 같은 책입니다. 괴테 전문가인 도이치 교수는 가족과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티백에 쓰인 괴테의 문장을 발견해요. 영어로 쓰인 그 문장을 도이치는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며 괴테스럽게 번역하는 것에 성공하지만, 도무지 원문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내용은 도이치가 이 문장의 출처를 찾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슬라이드를 넘기듯이 진행된다고 느꼈어요. 도이치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밤에 자러 가면서도 계속 문장을 생각하고 출처를 찾고 있어서 문장에 연속성이 보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온갖 명언이 다 동원되어 나와요. 덕분에 주석도 한가득 달려 있더라고요. 언뜻 보면 난해한 말의 연속인데다 사건이라고는 문장의 출처를 찾는 것뿐이니 독자로서는 지루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책 전체에 즐거움과 흥분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고작 문장 하나일 뿐인데 도이치는 밤새 책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다른 학자들에게 몇 시간에 걸쳐 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이런 행동 자체가 정말 괴테만을 연구한 학자다우면서 좋아하는 장르의 새 떡밥에 흥분한 덕후같기도 하더라고요. 2001년생 작가가 30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는 소개를 보고 나니, 이 작품에는 그런 패기와 기세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괴테라는 이름을 내세운 ‘있어 보이는 덕후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또 하나 좋았던 점은 명언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명언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어려운 말처럼 느껴지지만, 이 소설은 명언을 내 말을 돕는 도구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상황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을 때, 혹은 내 말을 다른 언어로 전달하고 싶을 때 명언을 인용하곤 하죠. 그때 문장의 정확한 출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상황에 들어맞는 말이라면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나온 나의 말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그 사람이 다시 나에게 언어를 되돌려줄 때 느껴지는 사랑과 행복이 담겨 있더라고요. 사실 도이치의 가족을 보면 저와는 생활이 너무 다르거든요. 교수 집안이라 아침부터 클래식 듣고 선물이 논문이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아무리 교수 집안이라도 괴테와 <파우스트>에 서로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애정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약간 찡하더라고요.
다양한 명언을 읽으며 교양도 쌓고 문장의 출처를 찾는 소소한 여정을 따라가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고요, 그래도 소설이면 뚜렷한 기승전결과 강한 갈등이 있어야 하는 분에게는 비추할게요.
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이지수 옮김 리프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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