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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후네 하야세 <입주 조건: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6. 5. 20. 20:33

신만이 나를 시험하는 것은 아니다

 

나폴리탄 괴담을 변형한 것 같은 호러 소설입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주인공인 다카히로는 엄마에게 지속적인 학대와 착취를 당한 끝에 모든 것을 잃고 죽을 생각을 하다 한 맨션에 도달하게 돼요. 특이하게도 그 맨션은 월급을 받는 대신 702호에 거주할 수 있으며 '당장 인생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아무리 도망쳐도 나타나서 모은 돈을 빼앗아가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다카히로는 너무 어리다며 망설이는 맨션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702호에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702호에서 사는 것에는 조건이 있어요. 701호에 사는 존재와 친구로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701호 주민은 겉모습부터 인간이 아니에요. 이야기는 701호가 들려주는 괴담과 다카히로의 일상생활이 함께 진행되는 형식으로 서술됩니다. 괴담도 무서운데 다카히로의 현실도 무서운 상황인 거예요. 뭔가 확실하게 무섭지는 않은데 묘하게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가 애매한 것에서 오는 공포가 있더라고요.

 

이야기의 핵심은 701호와 친구로 지내는 것인데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701호는 '친구'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다카히로를 시험합니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701호가 불러내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긴데..." 하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리고 꼭 마지막에 "무서웠어?"라고 묻거든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목숨을 걸어야해요. 다카히로는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회피하며 조금씩 701호를 대하는 법은 물론이고 이 맨션에서 살며 생존에 필요한 규칙을 익히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규칙 자체는 알고 보면 나폴리탄 괴담에 등장할 법한 내용이거든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안전하지만, 5층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든가, '우편함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되면 옆에 마련된 상자에 버려야 한다' 같은 것 등이에요. 그런데 이걸 초반에 맨션 주인이 나타나서 "여기 살 거면 다음 규칙을 지켜야 해. 첫째..." 이러는 게 아니라 다카히로가 직접 살면서 그 내막이 하나씩 드러나는 형식이거든요. 그래서 독자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조금씩 그 실체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정보가 더 많아졌다고 해서 딱히 생존율이 크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게 이 작품의 무서움을 더하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현실에 자연스럽게 인외 존재가 끼어들어 그들만의 법칙에 따라 인간을 대할 때 벌어지는 괴리감을 잘 묘사한 작품이었습니다. 뭔가 심장이 터질 듯한 강렬한 공포는 없었는데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오는 불안함을 잘 살렸더라고요. 다카히로가 701호와 가까워지며 조금 안심할 만하면 귀신같이 생사의 기로에 서는 질문을 던지며 시험하는 그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그게 지금은 괜찮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내포하고 있어서 은은하게 계속 무섭더라고요. 2권도 나왔던데 마저 읽어볼 생각입니다.

 

寝舟はやせ <入居条件: んでる友人仲良くしてください> KADOKAWA 

네후네 하야세 <입주 조건: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민경욱 옮김 리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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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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