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살면 외않되?
여섯 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으로 하나같이 다들 겉으로는 눈에 띄게 성공은 못했지만, 그럭저럭 사회인으로 살고 있는데 내면에 어둠을 품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사고 뉴스에 뜬 피해자를 특정해서 고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SNS에 올린 글을 캡처해서 뉴스와 함께 저장하는 여자, 성공한 부인을 질투해서 자신보다 더 수준이 낮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며 우월감을 느끼는 남자 등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실체를 알면 좀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요.
근데 이들이 이렇게 된 과정을 보면 또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거든요. 엄마가 일찍 죽고 아빠와 남자 형제만 남자 자연스럽게 집안일이 넘어오며 학교 생활의 일부를 포기하게 된 딸이라든가 정직원과 파견직원을 명백하게 차별하는 회사에서 정론만 말하는 정직원을 보는 파견직원이라든가, 어려움 속에 끝까지 꿈을 좇아 결국 성공한 친구와 달리 현실을 산다는 명목으로 회피한 사람 등 등장인물이 겪는 사회 문제가 그대로 개인의 문제가 되고, 그 때문에 남에게 드러낼 수도 없는 딜레마를 보여줘요. 묘사된 것만 보면 여성의 이야기 쪽이 좀 더 사회적 압박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평범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 일어나는 사건 자체도 보편적인 것이 많은데 '그런 건 아픈 게 당연하다'라는 단편은 성욕에 관한 묘사가 있어서 좀 더러워요. 이게 사회인으로서 남에게 되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과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고통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처럼 상반된 감정이 교차되는 구조 자체는 넘 좋았거든요. 넘 좋은데 주인공 남자의 성격도 더럽거니와 성적 취향도 리터럴리 더러워서 아 제발 선생님 묘사 쫌!! 했잖아요.
개인적으론 제일 마지막 단편 '제비'가 좋았습니다. 뮤지컬 공연 극장에서 일하는 임신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쌍둥이 남자 형제와 처음엔 평등하게 자랐으나 점점 자라며 사회적으로 차별당하는 과정을 '꽝'인 제비를 뽑았다고 표현하거든요. 그래도 좀 더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나 결말 등이 왠지 위안이 되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동료 여성이 "왜 나이 먹은 남자 연출가는 저렇게 다자이 오사무 같은 걸 만들고 싶어할까요" 하며 까는 장면 진짜 너무 웃겼어요. 거의 유일한 웃음 포인트였던 듯.
전체적으로 '솔직함'을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잘못을 뒤늦게 참회하며 죄책감을 빌미로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 장면이나, 정작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해야 할 일을 안 해서 오히려 상대에게 죄책감을 떠넘기는 모습 등 확실히 솔직한 것은 미덕이겠지만 어디까지 솔직할 것인지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여 문제가 생기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현실적일 필요가 있냐며 괴롭긴 했는데 괴로운 만큼 재미있었어요. 저처럼 단편성애자에 아사이 료 문장을 좋아한다? 그럼 꼭 읽어보세요>_<
朝井リョウ <どうしても生きてる> 幻冬舎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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