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완벽을 추구할 때
저자인 모드 쥘리앵의 유년 시절을 고백한 에세이예요. 제목처럼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로 결심한 한 남자가 먼저 아이를 낳을 소녀를 골라 교육하고, 그 소녀와 결혼하여 낳은 아이가 바로 저자이자 완벽한 아이가 될 후보인 거죠. 보통 시작부터 이런 정신 나간 계획을 세우는 인간의 교육이란 모두 예상했듯이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것과 거리가 멀고요.
저자가 57년 생이라 지금보다 더 아동 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여서 저자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공부 외에 아버지가 '강한 인간'이 되기 위해 시키는 각종 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를 버텨내야 해요. 예를 들어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유아기부터 매일 술을 마셔야 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쥐가 돌아다니는 지하실에 갇혀 있고, 지배하는 태도를 위해 동물을 학대해야 해요.
진짜 페이지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한다고..?'의 연속이라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아니 씻는 것이나 화장실, 식사 같은 부분을 통제하는 것도 문제고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강아지가 학대받는 부분도 용서할 수 없는데 그 와중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버지를 섬겨야 한다며 요강을 들고 아버지의 소변을 받아낸 다음 청소해야 하는 그게 진짜 이해도 안 되고 너무 더럽고 진짜 분통이 터져서 노트에 '이 인간 대체 언제 죽음?' 하고 썼다니까요! 초반부터 알 수 있지만 아버지는 나이가 많은 편이라 저는 이러다 아버지가 곧 죽고 해방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내가 너무 안이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첫 번째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자에게는 가해자도 되는 인물입니다. 시대를 생각하면 어머니도 어디로 나가기는 힘들 테니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때로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저자보다 더 낫다는 걸 보여주려고 행동하기도 하고 저자가 교육을 잘 따라오지 못하면 자신까지 혼나니까 폭력을 쓰기도 해요. 그러면서 또 아버지라는 공통된 가해자가 있다는 피해자들이기도 하니까 가끔은 연민을 베풀기도 하거든요. 근데 어린 저자 입장에서는 일관성이 없으니까 어머니가 잘해줘도 완전히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요. 근데 진짜 너무 힘들 때는 어머니가 있어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너무.. 너무 안타까웠어요ㅠㅠㅠㅠㅠ
그래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사소한 반항을 시도합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까 몰래 밖으로 한 걸음만 내디뎌 본다든가, 거짓말을 하면 다 알 수 있다는 아버지에게 작은 거짓말을 해서 들키지 않는다든가, 자신만의 글을 몰래 쓰는 식으로요. 물론 통제당하는 기간이 길고 이것도 부모라고 시킨 걸 잘 해내지 못하면 실망시켰다며 죄책감을 느끼고 그러거든요. 아마 저자가 조금만 더 순응하는 성격이었거나 지적 호기심이 적었다면 진작에 모든 걸 포기하고 정말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책이 나왔다는 건 저자가 그 집에서 어떤 식으로든 탈출했다는 뜻이잖아요. 앞부분만 봐도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쉽지 않았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여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직접 책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을 보면 아버지가 어쨌든 완벽한 '내' 아이를 만들고 싶으니까 집착적으로 관심을 보이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 하지만. 방식이 진짜 정신 나간 짓이라 경악스러울 뿐이지 지금도 어떤 식으로든 아이를 통제하려는 부모에 관한 뉴스를 볼 때가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해준다는 건 학대받은 아이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모드 쥘리앵 <완벽한 아이> 윤진 옮김 복복서가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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