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도 당황할 만큼 살인 사건이 잦은 동네 이야기
자살 명소로 유명한 '유미나게 절벽'이 있는 한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각종 살인 사건을 호러 느낌으로 서술하는 미스터리 소설이에요. 3편의 연작 단편과 마지막에 모든 내용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이야기마다 마지막에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사건의 진상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게 특징이에요. 옛날에 아동용 괴담 소설 모음 같은 책 보면 뒤에 깜짝 놀라는 사진이나 정답을 알려주는 그림이 실려 있기도 하잖아요. 본문의 호러 느낌과 더해서 딱 그런 책 느낌이랄까. 또 원제는 '~하면 안 된다'라는 뜻인데 각 장의 제목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통일되어 있어서 마치 호러 장르의 금기 사항을 알려주는 느낌이 납니다. 전체적으로 좀 오싹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구성이에요.
이야기는 먼저 유미나게 절벽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나며 시작됩니다. 사고를 낸 양아치 3인조는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상대 운전자를 죽이기로 해요. 그리고 슬픔에 잠긴 운전자의 아내에게 사이비 종교가 접근하게 되고, 사건을 조사하던 담당 형사는 양아치 3인조를 찾아내며 사이비 종교를 경계하던 중 3인조 중 한 사람이 살해된 것을 알아내게 됩니다. 내용은 크게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마을에 뿌리를 내린 사이비 종교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등장인물이 바뀌면서 어떤 문제가 되는 행동으로 인한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근데 매 에피소드마다 최소 세 명씩은 죽고 있어서 이 작은 동네에 살인 사건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데 아무도 이사를 안 가는 게 제일 무섭더라고요;;
소설의 특징인 사진 힌트를 얘기안 할수가 없는데요, 저는 첫 번째 에피소드만 못 알아차리고 나머지는 금방 이해했어요. 제가 진짜 지도에 취약한데 힌트로 지도가 나오는 바람에 그만ㅠ0ㅠ 근데 확실히 이미지로 전달하니까 글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들어와서 이야기의 반전 자체는 진짜 소름이 끼칠 만큼 놀랍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 그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힘이 있더라고요. 후기 보니까 후속작이 있던데 그거에 비하면 이건 쉬운 편이라고 해서 그래도 세 개는 알아차렸으니까^^ 하고 자만하던 마음이 바로 사그라들었어요.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하나봐요.
열린 결말...까지는 아닌데 독자가 해석할 여지는 있는 방식으로 끝나거든요. 앞의 에피소드들과 합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독서가 가능한 작품이기도 해요. 근데 내용 자체가 도대체 누구를 믿으면 좋을지 모르겠고,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는 불안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거든요. 또 읽다 보면 좀 과하다 싶은 묘사가 꼭 들어가더라고요. 전에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었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그게 일부러 더 불편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려고 만든 장치인 건 알겠는데 저는 별로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해바라기~>보다는 덜 꿉꿉하니까 요런 분위기를 즐기고 싶으신 분한테는 <절벽의 밤>을 더 추천드려요. 아마 제가 첫 번째 에피소드를 제일 재미있게 읽고 그 뒤로는 조금씩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껴서 최종적으로는 '흠.. 그냥 그러네' 하고 끝나게 돼서 더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道尾秀介 <いけない> 文藝春秋/ <절벽의 밤> 김은모 옮김 청미래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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