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기관

기타야마 다케쿠니 <우리가 별자리를 훔친 이유>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5. 12. 10. 20:40

종말은 한 사람에 의해 찾아온다

 

서정적인 문체로 평범하지만 평온하게 흘러가던 일상이 단 한 사람에 의해 무너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입니다. 제목이나 표지, 글의 분위기 모두 귀여운 느낌이고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는데 하나같이 결말이 종말적이라 약간 귀여움 사기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표지에 낚여서 사면 큰일날 거 같아요. 특히 표제작은 귀여운 제목에 맞게 초등학생의 귀엽게 망한 사랑과 어른이 되어 알게 되는 진실이라 당사자에겐 너무 잔인한 내용이더라고요.

 

제일 처음 실린 단편 '상사병'이 가장 내용이 친절하면서 책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이 단편부터 얘기해볼게요. 고등학생 소녀 아키는 짝사랑하는 선배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좀처럼 다가가지 못해서 답답한 상태예요. 아키에게는 슌과 토코라는 소꿉친구가 있는데, 사실 아키는 슌의 고백을 거절한 상태예요. 슌은 토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아키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마법을 듣게 돼요. 계단을 거꾸로 열두 칸 내려가면 된다는 거죠. 아키는 겉으로는 '그런 걸로 될 리가 있나~' 하면서도 어떻게든 선배와 이어지고 싶어서 소문으로 도는 모든 마법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행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열병에 빠진 것처럼 선배에게 직접 고백하는 것만 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거예요. 근데 이 마법에는 사실 비밀이 있는데... 하는 이야기예요. 여기까지면 힌트는 다 준 거 같아요. 사춘기 특유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분위기가 잘 그려져 있어서 다소 노골적이기는 한데 그만큼 강렬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거짓말쟁이 신사'였습니다. 주인공은 연대보증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고 힘들게 살고 있어요. 근데 우연히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핸드폰을 줍게 되고, 핸드폰의 주인이 원거리 연애 중이라는 걸 알게 돼요. 주인공은 원거리 연애라는 점을 이용해서 문자로 상대 여자를 살살 구슬려서 돈을 뜯어내기로 합니다. 근데 매일 빚을 갚으려고 힘들게 일하는 와중에 이렇게 누군가와 감정적인 교류를 한 게 오랜만이라 점점 그 여자에게 빠지게 돼요. 하지만 언젠가 핸드폰의 주인이 사망한 것이 들키거나, 또는 사망 처리로 핸드폰이 정지될 텐데 이 교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이야기예요. 에이 설마 이렇게 이렇게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마음과 연대보증 때문에 고생하면 그럴 만도 하지.. 하는 양가감정이 드는 시점에 글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해서 결말까지 이어지는 그 느낌이 넘 좋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두 번째 단편을 제외하면 복잡하지 않고 친절한 편이라 이야미스 분위기는 느끼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 책은 싫을 때 좋을 거 같은 작품이었어요. 대신 친절한 편이라는 건 무언가 크게 생각할 여지가 많다는 뜻은 아니란 말도 되니까 좀 더 복잡하게 꼬인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약간 부족해 보일 거예요. 편하게 쉬면서 읽을 책을 찾는다면 추천할게요! 또 위에 언급한 세 단편만 봐도 알겠지만 대체로 망한 사랑의 요소가 있어서 이 장르 좋아해도 나름 만족할 것 같아요.

 

北山猛邦 <たちが星座んだ理由> 講談社

https://sozang.stibee.com/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