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이 먹을 친구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
기약없는 재개발을 앞둔 구축 단지에 살며 유치원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나쓰코와 노에치가 쉰 살이 되고도 여전히 우정을 유지하며 사는 일상을 그린 소설입니다. 주로 나쓰코의 시점을 중심으로 절친 노에치, 그리고 다른 이웃들과의 생활을 보여줘요. 나쓰코는 전성기가 지난 일러스트레이터로 현재는 그림보다 다른 이웃들이 맡긴 물건을 옥션이나 플리마켓에 팔고 수수료를 받는 쪽에 더 주력하는 상황이에요. 어느 쪽이든 재택근무를 하는 나쓰코의 집에 시간강사로 일하는 노에치가 퇴근하며 들러 같이 저녁을 먹는 게 기본 일상입니다.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고 휴일에는 같이 외출하며 항상 함께 지내는 두 사람을 보면 이렇게 오래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고 보기 좋더라고요. 그리고 나쓰코가 항상 밥을 대접하듯이 노에치는 전철을 타지 못하는 나쓰코를 위해 외출할 때 항상 운전을 해주거든요. 이게 40년이 넘게 친구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각자 역할이 정해진 결과이긴 하겠지만, 이 정도면 그냥 같이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굳이 단지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싶은?ㅋㅋㅋ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두 사람이 독신이긴 하지만 딱히 혼자 사는 건 아니거든요.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는 설정을 보면 알겠지만, 두 사람의 부모님도 여전히 같은 집에 살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책은 계속 두 사람이 중심이 되니까 글만 읽으면 그냥 원룸에 각자 자취하는 것 같아요. 중간에 노에치의 부모님이 잠깐 나오긴 하는데 인사만 하고 끝이에요. 부모님도 계신데 노에치가 매일 나쓰코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까 뭔가 불효는 아닌데 불효하는 느낌이랄까ㅋㅋㅋㅋ
그리고 이웃과 교류하는 장면도 재미있는데 아쉽더라고요. 재개발 예정이라 사람들이 계속 떠나고 거의 노인들만 남은 상황이라 아직 50밖에 안 먹은 나쓰코와 노에치는 젊은이에 속해서 할머니들이 방충망 교체나 쇼핑 같은 걸 부탁하거든요. 이게 소문이 나서 용돈벌이처럼 이어지는 모습은 재미있었는데 이 정도면 단지 내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에피소드를 하나쯤은 넣어줄 법도 한데 없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제일 편한 친구 관계가 잘 드러난 점은 재미있었는데 단지라는 배경은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쓰코가 옥션에 노에치의 '헤타리아' 동인지를 파는 묘사가 나오거든요. 그 수많은 동인지 중에 헤타리아라니 정말 여기서 갑자기 이런 게 나올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네요ㅋㅋㅋ 아니 슈퍼에서 김밥을 사오고 BTS 얘기를 하는 이 요즘 시대의 소설에서 헤타리아라니..!
藤野千夜 <団地のふたり> U-NEXT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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