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
독특한 설정의 샴쌍둥이를 내세워서 인간의 자아와 죽음 등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줄거리 자체는 간단해요.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계기로 안과 슌 자매가 큰아버지의 49재가 되는 날까지 하루하루 생활하며 큰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들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설정이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먼저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쌍둥이에요. 그런데 아버지가 큰아버지 뱃속에 들어 있던. 자매의 아버지는 마치 남성 임신..이 아니라 장기의 일부처럼 큰아버지에게 들어 있던 것을 수술로 꺼낸 케이스로, 이 수술로 인해 큰아버지는 마치 없으면 안 될 신체 일부를 잃은 것처럼 평생을 병약하게 살았고, 어머니에 이어 큰아버지에게 품어져 있다 나온 아버지는 마치 항상 누군가 감싸주고 있는 것처럼 약간 멍한 면이 있는 사람으로 자랍니다.
그리고 자매의 경우는 더 놀라운데 외형은 일단 책에도 나오는 것처럼 '아수라 백작'을 생각하면 돼요. 즉, 한 인간 안에 두 명이 있는 거죠. 대신 이중인격과는 다르게 두 명이 들어 있으니까 골격이 일반인에 비해 좀 더 크고, 췌장이 두 개에 자궁 크기는 두 배인 등 어떤 부분은 두 명 분이 있고, 어떤 부분은 애매한 상태로 섞여 있어요. 몸은 왼쪽이 안이고 오른쪽이 슌으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피부색도 약간 다르고, 이목구비도 서로 다른 사람을 붙인 느낌이라 언뜻 보면 한 사람인데 자세히 보면 위화감이 있는 느낌이라고 해요. 목소리도 좀 다른 것 같더라고요.
이 자매의 특징은 사실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의식에 있습니다. 뇌는 중앙에 작은 뇌가 하나 더 있는 걸 제외하면 좌뇌와 우뇌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생각을 완벽하게 알 수 있거든요. 우리가 티비 같은 거 틀어놓으면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해도 티비에서 나오는 말도 자연스럽게 같이 들어오잖아요. 그런 식으로 의식이 들어오기도 하고, 상대가 꿈을 꾸면 무슨 꿈을 꾸는지도 어렴풋이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나의 반쪽이자 온전히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인 거예요. 책을 읽다 보면 이 부분이 부럽기도 하면서 너무 숨막히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이야기는 자매가 '원래 하나였다 분리된'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두고 죽는 것을 보면서 몸 하나를 공유하는 나란 존재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지, 몸의 죽음과 의식의 죽음 중 진짜 나의 죽음은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단일 개체인 우리도 항상 타인의 영향을 받잖아요. 그게 생각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고, 웃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등 몸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고요. 이런 타인의 영향이 결합 쌍생아인 자매는 완전 다이렉트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완전히 타인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등등 여러 가지로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朝比奈秋 <サンショウウオの四十九日> 新潮社 / <도롱뇽의 49재> 최고은 옮김 시공사
소장기관
밀린 책을 느리게 읽는 망한 사랑 소믈리에
sozang.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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