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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유스케 <22세기 민주주의>

일어번역가 이진아 2026. 1. 1. 20:38

다음 선거 때 우리 마롱이를 뽑고 싶어지는 책

 

예일대 조교수이자 경제학자인 나리타 유스케가 본 민주주의의 한계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에요. 먼저 안경이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고 방송에 나온 것만 보면 좀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한 느낌이었는데 글도 완전히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먼저 기존의 선거 민주주의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선거란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또는 정당)에게 11표를 행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가 내세우는 모든 공약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공약을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후보가 당선되면 마치 모든 공약 또한 지지하는 뉘앙스를 주게 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저출생 사회에서 선거는 대체로 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인 중노년이 지지하는 쪽이 선출될 확률도 높고, 공약 또한 그쪽 입맛에 맞게 포퓰리즘화되는 경향이 크다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현대의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하며 자본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민주적인 정책이 자본주의에 반하면 별로 정치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져요. 또 기업은 '민주적'으로 조세회피를 위해 다른 나라로 이동하거나 공장을 짓기 때문에 정작 본국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해요.

 

저자는 이렇게 한계를 지적하고 이것을 피하기 위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디지털 투표나 국회의원의 능력제 임금, 새로운 국가 창설, 바다로의 도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 세계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해요. 여기서 제안하는 것이 정책의 '알고리즘화'입니다. 지금 우리는 유튜브며 SNS 등 온갖 곳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제안을 받고 있잖아요. 그것의 정치에 적용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저자도 알고리즘 정치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법한 모든 문제점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술력, 정보의 투명성, 인류의 가치 판단, 알고리즘 의존화 같은 것 말이죠. 그런데 제목에 22세기라고 쓴 것처럼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것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 책의 부제를 보세요. '고양이가 정치인을 대체한다'잖아요. 알고리즘 정치의 장점은 수많은 정책을 빠른 시간에 처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본래 정치인의 목적이란 국민을 대신해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거잖아요. 이걸 알고리즘이 맡게 되면 정치인은 없어도 되는 거죠. 여기서 저자는 정치인의 역할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정책 제안과 실행이고, 또 하나는 대중의 앞에 나서는 '아이돌' 혹은 '욕받이'가 될 존재라는 거예요. 여기서 전자의 역할이 사라지면 아이돌 역할을 굳이 나이 먹은 아저씨가 할 필요가 있을까? 고양이가 하는 게 더 귀엽고 기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얘기예요. 그리고 욕받이 쪽은 바퀴벌레에게 맡기거나 미래에 더욱 활성화되었을 '버추얼 정치인'에게 맡기면 된다고 하고요. 우리 주변에 있는 '강아지 점장'이나 '고양이 직원' 이런 거 생각해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확실히 알고리즘에 의해 근거를 수집해서 그것을 분석하여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빅브라더적 성격을 띨 수 있어요. 지금도 이미 개인정보는 다 내놓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정치적으로 본격화된다고 하면 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보통 이런 책에서 대안이랍시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올바른 인식을 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이런 말이 나오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화두를 제시한 것 같아요. 특히 본문에 알고리즘에만 맡길 때 실패하면 어떻게 하냐->인간도 실패는 하고 인간보다 기계를 고치는 게 빠르다. 이거랑 알고리즘의 정책이 잘못되면 책임은 누가 지냐->정치인이 실패한 것에 책임지는 거 봤냐. 라고 답한 건 진짜 소리 내서 웃을 정도였어요. 요번에 <22세기 자본주의>가 새로 나왔던데 그것도 읽어보려고요.

 

成田悠輔 <22世紀民主主義 選挙はアルゴリズムになり政治家はネコになる> SBクリエイティブ / <22세기 민주주의 알고리듬이 선거가 되고 고양이가 정치인을 대체한다> 서유진, 이상현 옮김 틔움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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